오늘은 본인의 정식 퇴사일이다.
여행 중에 과거를 소회하며 이 글을 쓴다.
처음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입사했을때 놀랐던 것은 회사가 가진 어마어마한 Integrity(=정직함+신실함 정도?) 였다.
이전 회사 들은 돈을 잘 못버는 회사 여서인지, 회사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도덕적으로 취약한 기업들이었고, 이거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회사를 옮기니 이 느낌이 강렬했다. 창업자의 도덕적 결벽증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러한 회사의 성격은, 이를 지탱해주기 위한 사내의 여러 제도에 녹아 있었다.
시간이 흘러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 되었고, 카카오문화가 주축이 된 새로운 회사 문화가 형성되었다(물론 다음의 Integrity도 상당부분 수용되었다).
카카오 문화의 놀라운 점은 말도 안되는 개방성(=공개성)이었다.
모든 비용 지출이 시시콜콜한 하나하나 게시되고(회식포함),
중요한 의사 결정은 과정을 공개하며, 결정에 대한 변명(?)이 공지되었고,
회의는 아무나 참석할 수 있는 오픈회의로 진행되었다.
회사 인트라넷에는 직원들에게 이런것까지 공개해도 되나 싶은 것이 가득했다.
단지 두 개의 특성을 언급했지만, 이 두 가지는 상호보완적이기도 할 뿐더러,
파생시키는 부수적인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예를 들어, 개방성은 사내규정의 네거티브 시스템화를 가능하게 한다.
지금은 Integrity도 개방성도 예전만 못하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있지만, 그래봤자 세상에 이 정도로 이를 실천하고 있는 기업은 찾기 힘들꺼다.
현재 이 회사의 오너는 돈을 많이 버는게 목표가 아니다.
(오너라 표현하는게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 사이즈의 상장기업에 이 정도의 압도적인 지분을 가진 경우는 드물다. 또한 확고한 오너가 있는 기업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미 많은 돈을 벌고, 한번 크게 사업적으로 성공한 기업을 만들어본 터인지, 같은 목표를 다시 가지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느낀 오너의 최종 목표는 ‘위대한 기업 만들기’이다.
숭고한 의지와 Mission을 가지고,
투명하고 깨끗한 과정을 통해,
엄청난 사업적 성과를 이루어,
인류에게 주목할만한 기여를 하는....
물론 기업이 한 사람처럼 명쾌한 정체성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여러번 방향과 기조도 수정하면서, 어찌보면 오락가락하는 듯한 인상도 주지만... 큰 맥락에서는 이를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위대한 기업이 되려면 아직 멀은 것 같지만,
그래도 위대해지려는 의지만이 아닌, 위대해지려는 과정 중에 있는 회사임은 분명하다.
비록 개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회사를 떠나지만
이들의 위대해지려는 여정을 응원한다.
진짜 이들이 실패하면 안된다.
그러면 의지와 과정은 명분도 희망도 없다.
p.s. 온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회사 안에 있을때 이런류의 의견을 피력하면 사측(?)으로 오해를 당하기도 했고, 회사에 아부하는 것으로 보일듯도 해서 자제해 왔는데, 이제서야 맘껏(!) 얘기해본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