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세상의 이치를 조금씩 배워나가면서... 밴드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바뀌어간 생각들을 정리해서, 이상적인 밴드의 모습을 그려봤습니다.
첫째,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작은 철학을 가지고 이를 실천하는 밴드였으면 합니다. 적어도 밴드를 하는 최종 목적이, ‘돈을 벌자’, ‘인기를 얻자'는 아니었으면 합니다.
둘째, 저희는 분명 속세인이니 만큼, 무언가를 감추기도 하고 하물며 누군가를 속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노래만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의 노랫말은 우리의 속내를 온전히 투영했으면 합니다.
셋째,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에... 관객은 물론 가족 등 주위 사람들 누구에게나 떳떳하게 이 밴드를 하고 있노라고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넷째,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 무대를 봐주는 관객들에게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게 하는 밴드였으면 합니다. 저도 다른 밴드의 음원을 듣고 공연을 관람 하지만, 돈은 물론 시간도 아깝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럴땐 화도 납니다.
다섯째, 저희 노래를 듣는 100명중 한 명, 1000명중 한 명은… 저희 노래로 말미암아 위안을 얻거나, 희망을 갖거나, 열정을 되살리게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했으면 합니다.
여섯째, 여럿이서 하나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서로 다른 각자가 상대를 자신과 동일시 하며 오해를 쌓아갑니다. 기본적으로 서로가 ‘다른’ 존재임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소통했으면 합니다.
일곱째,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면…. 작은 오해로 인해, 혹은 스스로에게 지쳐서, 혹은 말도 안되는 아집으로 밴드를 포기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무언가를 이룬 밴드들은 끝까지 살아남아서 오래한 팀들 이었습니다. 힘들 땐 잠시 휴지기를 갖더라도, 끈질기게 오래가는 밴드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덟째, 젊고 빛나는 시절은 지나갑니다. 에너지와 겉모습을 그때로 되돌리려 발악하는 모습은 되려 추하게 보이더이다. 세월이 흐르면 이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그에 걸맞는 내공을 느끼게 하고 작게나마 꺼뜨리지 않은 열정을 보여줄 수 있으면 족합니다.
이런 밴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p.s. 이 글은 밴드를 위한 靈歌'의 해설판입니다.